어린 초등학생 시절
아빠가 가져온 usb로 아바타를 봤다.
어린아이였음에도 아바타는 나에게 참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거의 모든 대사를 외울 정도로 많이 봤으니..
그 와중 최근에 아바타 2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아바타 1편을 분석한 영상들이 쏟아져 나와 나 또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렸을 땐 발견하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아바타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I see you."
나비족의 인사말로 "당신을 봅니다." 즉 I see you로 해석한다.
얼핏 "당신을 봅니다."가 어떻게 인사말이 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와 같이 이해할 수 없던 주인공 제이크에게 동료 노엄은 단순한 의미가 아닌 당신의 영혼을 본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우린 관계를 맺으며 나아갈 때 겉모습을 보기 마련이다.
무슨 옷을 입었고 헤어스타일은 어떠며 무슨 향수를 썼는지 등 오감을 전부 활용해 상대를 탐색한다.
또한 이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나 어느 학교를 나왔나 재산은 얼마나 많은가 등 수없이 많은 평가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사회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나비족과 판도라의 세계에선 당신의 영혼 그 진실된 마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시작된다.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 된 세계.
나비족과 판도라를 지칭할 수 있는 문장일 것이다.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I see you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영화를 이런 시각으로 보게 되니 떠오르는 영상이 하나 있었다.
김창옥 교수가 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예화로 든 이야기이다.
하버드 교수 헨리 나우웬은 말년에 신경쇠약증에 걸려 방황하던 도중 지적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가게 된다.
공동체에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우웬은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장애인들에게 설명하기 매우 어려웠다.
하버드대 교수라고 하면 그들은 하버드가 뭔지를 물었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물었다.
나우웬은 계속 통념적인 소유와 지위를 설명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본질에 가깝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우웬은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나는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그렇지만 나의 오랜 영혼의 방황이 여기서 마무리 지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들은 신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과 가장 유사한 방식으로 나를 대하고 있다. 오직 나의 이름 헨리로."
이 예화를 들은 김창옥 교수는 그동안 느껴왔던 열등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https://youtube.com/shorts/nkZmKOewk4o?feature=share
내 모습이 어떠하건 그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랑을 인간은 어쩌면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갈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한다.
나와 관계 맺는 이 그 자체만을 바라봤던 건 나비족과 지적장애인들이 같이 공유하는 공통점이다.
그들 삶의 양식에서 나는 정말 큰 평안을 느낀다.
우리들의 삶이 이와 같기를 바라며.